[중앙일보]겨울은 아직 멀었지만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주변에서 기침소리를 듣기 어렵지 않게 됐다. 이처럼 환절기만 되면 알레르기로 인해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요즘은 알레르기로 인해 고생하는 사람들이 기침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또 다른 고통을 겪고 있는데 바로 최근 신종플루로 인해 기침하는 사람들을 보는 따가운 시선 때문이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기침이라도 했다 하면 주변사람들이 슬슬 피한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수능시험을 앞둔 학생들의 억울함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시험을 앞두고 하필 알레르기로 인한 비염이라도 걸리면 코가 막혀 머리가 어지럽거나 공부에 집중도 잘 안 된다. 이런 경우 수험생을 둔 부모의 마음은 ‘왜 이 시기에 수능시험을 치루는지?’ 교육 관련 정부부처에 항의투서라도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알레르기 증상중 가장 흔한 것은 비염이다. 일반적인 비염이란 넓은 범위의 만성비염을 말하는데, 콧물, 코막힘, 재채기의 3대 증상으로 나온다. 일반적인 감기와 달리 오로지 코와 관련된 증상만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한방에서는 일반적인 비염은 비질(鼻窒)이라고 하는데, 알레르기성 비염의 경우는 비체(鼻涕), 비구(鼻軀)라고 한다. 흔히 비염이라고 하면 알레르기성 비염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성인보다는 소아, 여아보다는 남아가 유병률이 높으며, 우리나라 인구의 10~25%가 갖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특히 항원에 의한 것이므로 호흡 중 콧속으로 흡입된 이물질(알레르겐)에 대해 콧속의 점막에서 일련의 면역학적 반응이 일어나 여러 가지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재채기 발작, 수양성 콧물, 코막힘의 순서로 증세가 나타나며 유전적인 원인이나 가족적 질환이 관계가 깊다.
또한 비염은 봄·가을철에 꽃가루에 의해 나타나는 계절성과 집먼지 진드기에 의한 통년성으로 나눌 수 있다. 통년성 알레르기 비염은 계절과 관계없이 나타나며 주요 원인은 집먼지나 집먼지 진드기가 가장 많고, 고양이나 개털, 음식물, 약물 등이 있다. 최근 나타나는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들은 주로 계절성 알레르기인데, 원인은 공기 중의 꽃가루, 나무, 풀, 잡초와 곰팡이 포자 등이 있다.
한방에서는 화열이 양명에 침범하거나 폐경에 울화가 있을 때나 폐가 풍냉에 손상됐을 때, 폐(호흡계), 비(소화계), 신(내분비계)이 약해져 면역기능이 떨어져 기혈순환에 장애가 발생하면 수분대사가 원활하지 못하고 원기(元氣)와 음혈(陰血)이 부족해져 조화를 잃을 때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
알레르기성 비염의 치료는 코를 자극하는 물질(항원)의 유입을 차단하고 인체 장부의 기능을 강화시키고 균형을 맞춰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면역기능이 약해져 있거나 만성화된 경우라면 항원의 차단이 우선이다. 코부터 치료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 이들도 있는데, 코는 폐로 들어가는 관문이므로 폐의기운을 조절하는 것 자체로 비염증상이 좋아지기도 하며, 위장기능이 약한 경우는 위장기능을 조절하는 것으로 비염이 안정되기도 하므로 조화가 깨진 부분을 살펴보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다.
한약 복용(신궁환)의 경우 원인과 증상에 따라 풍한형, 풍열형, 기허형의 세 가지 형태로 나눠 맞춤 처방을 하게 된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10여 가지 약재를 달인 한약 연고 및 스프레이 요법을 한약과 함께 사용하는데 코 안의 염증을 신속히 제거하고 코 점막을 강화하며 점막내 부종과 염증을 제거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인체 내부의 균형을 맞춰 주기 위해 침과 뜸을 통해 폐, 대장, 위 등의 장부를 다스려 주고, 영향혈, 비익혈과 같은 효과 있는 혈자리를 자극해 코막힘과 콧물을 해소해 주기도 하며, 침을 무서워하는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레이저침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 외에 고농도 산소 아로마 테라피도 상당한 효과가 있는 치료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로마 오일을 치료 효과가 있는 경혈점에 흡수시키면서 편백나무로 만들어진 고농도 산소치료실에서 피톤치드와 고농도 산소를 흡입시켜 비염으로 인한 증상을 감소시켜 준다. 고농도 산소 아로마 테라피 요법은 신진대사 증진 및 체력회복, 신체저항력 강화 및 영양소 흡수촉진, 피부미용 효과, 두뇌활동 증진, 숙취 해소 등의 효과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 과정 중에서 생활습관 및 식습관을 개선시켜 치료가 끝난 뒤에도 유지하는 것이다. 우선 비염의 원인물질이나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먼지가 많은 곳, 공기가 탁한 곳, 습하고 냉한 곳은 의식적으로 피하되,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곰팡이 등이 생기기 쉬운 소파나 담요 등의 가용을 피하고 침대 매트리스와 베개, 이불 등의 침구를 자주 세탁해 주는 것이 좋다. 또한 털이 있는 애완동물은 가능하면 키우는 것을 피하고, 과로를 피하며 운동으로 체력을 보강하는 것이 좋다. 음식은 익혀먹고 신선한 것을 섭취하되 야채와 해조류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화학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과자류나 라면 등은 가능하면 피하도록 한다.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 않았던가? 신종 인플루엔자로 불안한 이 때에 오히려 면역체계를 강화시켜 주는 한방 비염치료를 통해 비염으로부터도 벗어나고 신종 인플루엔자로부터도 안전하게 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
혜은당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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